** 전국명산 **/설악산

한계령-끝청->대청봉->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

雪松 2010. 5. 7. 16:24

   설악산 천불동 산행기 
  

  *일시 : 2004년 10월8-9일 무박산행 

   *누구와? :소월산악회를 따라서..
   *코스 : 한계령->끝청->대청봉->희운각->천불동계곡-> 비선대->설악동

   산꾼을 가득 태운 소월뻐스는 2호차까지 매달고 예정시간을 조금 넘긴 02시 20분에 설악산 한계령에 도착합니다.
     버스 출입문밖으로 내려서는 한계령의 날씨는
     한계령 고갯마루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에 비올 확율 오전 80% 오후 60%............
     만약에 비가 내리면 공룡으로 가시면 절대 안되고 
     공룡으로 진입 후라도 비가 내리면 돌아서서  천불동으로 하산하셔야 합니다.
     안전에 염려가 되는 듯 몇번씩 당부하는 권사장님에게 대답대신 손을 흔들고
     불이 밝혀진 한계령 매표소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여러명의 산악대장님중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권사장님의 부탁으로 오늘 산행 선두를 책임지기로 하고 매표소에서 59명의 요금을 계산하고 
자연적으로 맨꼴지로 일행의 뒤를 따릅니다.
깜깜한 산골짜기를 길게 늘어져서 출렁이듯 움직이는 헤드랜턴의 불빛이 아름답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같은 이 야밤에 웬 사람이 이리 많은지....
     얼마만큼 땀을 흘리며 올라왔는지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귀때기청봉과 대청봉 갈림길에서 이정표의 대청봉쪽 방향을 따라서 
     정상을 향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곤하는 하는 불빛의 대열속에 섞여 가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에서 부터인가 배낭뒤에 소월이름표를 달은 두사람과 일행이 되어 선두를 가고 있습니다.    
     같이 동행하는 친구가 생겨서인지 발거름도 한결 가벼워진 것같고 지루함이 덜 합니다.
     닉네임이 "미니"라고 합니다. 닉네임의 이미지에 맞게 아담한 몸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설악산 종주를 위해서 계룡산을 여러번 다니면서 여러번 연습을 했다나요...
     본인은 초보라고 겸손해하지만  걸음은 비교적 선두를 유지하면서도 좀처럼 피로해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길게 늘어선 헤드랜턴의 불빛이 멈추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산악회의 중간 인원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미니님 일행과 함께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물한모금 마시면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우리 산악회 선두는 얼마만큼 갔는지 또 후미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이제 끝청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아직 하늘은 밝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시커먼 먹구름만 이산저산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아직 시월의 초순이지만 설악의 싸늘한 찬바람은 땀이 식은 옷속으로 사정없이 파고 들어와 
몸의 추위를 막기 위해서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끝청 갈림길에서]

 

대청으로 가까워 오면서 빨간 단풍잎은 대부분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립니다.
해마다 설악산 정상능선의 단풍의 절정기는 10월 초순 전반인 듯 싶습니다.

대청대피소를 지나칠 무렵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등산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제법 굵직한 빗방울과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는 변덕스런 날씨에
대청대피소엔 비바람을 피해 몰려드는 등산객으로 잠시 아수라장 돼버립니다.
하지만 벌써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과 땀에 이미 절반은 젖어버려 대피소로 들어가기를 포기합니다.

소란스런 틈을 타 같이오던 미니님 일행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혹시 먼저 소청쪽으로 먼저 내려 갔을까?
소청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한참을 서성거려보지만 캄캄한 이산중에서는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소청삼거리를 지나 희운각쪽으로 빠른걸음으로 혼자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깜깜한 설악산 능선에서 같은 일행이 되어 같이 왔었는데 기다렸다가 같이가야하지만,
선두로써의 임무도 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습니다.


소청삼거리쯤에 와서 날이 새려는지 산의 윤곽이 살포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이정표 옆에서서 용아릉과 내설악쪽을 보지만,
아직 먼산의 윤곽은 어둠과 운무속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청삼거리에서 카바이트 불을 켜놓고 음식을 파는 간이 매점이 보이고, 불빛앞을 오가는 여러명의 모습이 보입니다.
커피도 있고 꿀차도 있고 컵라면도 파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소청삼거리의 넓은 공터 길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침을 먹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멀리 희운각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희뿌연 운무 사이로 설악산의 하이얀 아침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다행이 구름이 조금은 하늘로 돌아갔는지 날씨는 조금씩 정상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하늘에 있어야 할 구름도 설악의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서 산에 내려 왔을까요?
산골을 가득 채고 있는 있는 하얀운무가 산허리를 빠르게 휘감고 지나갑니다.
하얀 운무사이로 희운각과 산의 모습이 조금 보이다가 다시 감추고, 보일 듯하면 다시 닫아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 희운각 대피소]

 

 희운각에 가까워 오면서 하얀 운무를 뒷배경으로 형형색색으로 물든 오색단풍의 설악산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여기저기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바위에 올라 무박산행으 피곤함도 모두 잊고 탄성을 지릅니다.

 

 

   7시 30분,  금방이라도 비가올 것 같이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는 희운각에 도착합니다.
     막 아침이 시작되려는 이른 시각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곳 저곳에서 둘러 앉아서 아침식사가 한창입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 등산객 사이로 한 바퀴를 돌아보지만 우리 산악회 일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어느 코스로 가야 하는 것인가? 누구와 상의할 사람도 물어볼 사람도 없습니다.
나혼자만이 아니고 오늘 이곳으로 온 59명의 안전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산행기에서 공룡을 넘는데 열시간 걸렸다는 글이 양쪽에서 얼마만큼 많이 진입했는지를 짐작게 합니다.
     선두와 후미를 챙겨 줄 산악대장도 없는 오늘은
비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혹시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은 미끄러운 바위가 참으로 위험할 수가 있고,
정체로 인하여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을 듯 합니다..

     59명 일행 모두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도 오늘은 천불동으로 가면서 단풍이나 실컷 구경해야지...

     천불동쪽 갈림길에 여러장의 겹쳐서 바닥지를깔아놓고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중청에서부터 외설악의 비선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계곡중의 하나인 천불동계곡은  
     계곡을 따라 늘어선 천여 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불상들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산 정상과는 달리 천불동계곡은 지금 단풍이 최고 절정인 듯 싶습니다.
     산 허리 바위틈에 빨간 단풍잎이 바위와 파란하늘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 련 폭 포]

   양폭대피소가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계곡에 시커멓고 지져분한 천막을 뒤집어 씌운 
     저런 흉물스런 대피소의 모습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이곳에서는 파전이나 빈대떡도 파는지 음식을 굽는 고소한 냄새는 골짜기에 가득합니다.
     여기 저기서 군데군데서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들이 
     오늘 이 순간 만큼은 일상생활에서 찌들은 오만가지의 시름을 모두 잊은 듯
     왁자지껄 떠드는 목소리에 윤기가 넘쳐 흐르고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한 듯 합니다. 
     산속이라 그런지 시장기가 돌아서 그런지 빈대떡 파전냄새가 이렇게 맛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가믐이 오래지속되었는지 계곡의 물은 많지 않지만 바위에 걸터 앉아  깨끗한 계곡물에 등산화 끈을 풀고 물속에 발을 담급니다.
차거웁다 못해 발이 시리지만 그래도 조금은 발의 피로는 풀린 듯 합니다. 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은 시골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올라 오는 것이 아마도 설악동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귀면암].

 

 

 

 

 

 

 

 

[문수담].

 

 

 

[비 선 대]

   비선대 다리위에서 아이를 업은 엄마가 딸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딸의 차림에서 시골냄새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이를 업고 걸리고하여 설악산 계곡안에 있는 비선대까지 올라와 구형 필름카메라로 딸의 사진을 찍어주는 엄마의 눈물어린 참된 모정의 모습입니다.
나는 오늘도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건만 정작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은 한장도 없습니다.

 

 

 

 

 

 

 

    

     비선대 매점속으로 막걸리 냄새를 맡으며 설악동으로 내려 가도록 길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산이라는 개념보다는 유원지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대피소 매점안에서 등산객인지 관광객인지 테이블마다 막걸리를 앞에 놓고 시끌벅적합니다.
     아직 오전인데 산에는 안가고 벌써 웬 술타령??

 

 

 

[신흥암 좌불상].

 

 

 

 

     신흥사의 커다란 좌불 부처님이 보입니다.
     좌불 부처님 앞으로 수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의 물결이 장관입니다.

     설악동 전체가 원색의 관광객의 물결로 출렁이는 것이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듯 싶습니다.

     조금 전 대청부근의 궂은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설악동의 날씨는 산정상과는 달리 쾌청한 가을 날씨입니다.
     조금 아까 산 정상의 날씨와는 왜 이리 다른지 ........
     아직도 산정상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고, 산 정상쪽을 오가는 케이블카만이 구름근처를 왔다갔다 합니다.  
좌불 부처님앞 석등 앞에 서있는 관광객들이 넋을 놓고 산정상의 구름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설악동엔 사람과 같이 차도 만원이라 우리가 타고 온 차도 제일 아래쪽인 " C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내려가지만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랜만에 우리 산악회 일행 두명을 만나서 "c"주차장까지 오천원에 택시로 합승하기로 합니다. 자기 둘이서 이천원씩을 내고 나는 천원만 내라는 말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공짜는 즐겁습니다. 내려가서 막걸리 한잔 더 드리지요. 내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돼지찌개 냄새가 나고 권사장님과 먼저 도착한 일행 서너명이 수고 했다며 정색을 하고 반깁니다. 한계령에서 새벽 2시 20분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아홉시간도 넘게 걸렸습니다. 우선 큼직한 돼지비계를 골라들고 일회용 종이컵에 막걸리를 한잔 가득 받아 단숨에 들이마시고
술병을 들어 내가 내잔에 다시 한잔 가득 채웁니다. 두부를 커다랗게 성큼성큼 썰어 넣은 돼지 김치찌개가 오늘따라 유난이 맛있습니다. 권사장님의 돼지찌개 솜씨는 역시 훌륭합니다. 오후 두시가 넘어서 대청부근에서 실종(?)되었던 미니님 일행이 돌아왔습니다. 대피소에서 사람속에 갇혀서 따뜻한 바닥에서 깜박 잠들었다 깨어보니 아무도 없고 두시간이나 지났다나요?? 무박산행을 와서 대피소에서 낮잠을 자고온 사람은 자기들밖에 없을 거라며 깔깔댑니다. 14시 30분에 2호차에 지금가지 내려온 24명을 태우고 먼저 출발하라고 합니다. 아마 지금까지 내려오지 못한 사람은 공룡으로 오른 것이 분명한것 같습니다.
모든사람이 같이 출발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공룡으로 간 일행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고,
나머지 오지 않은 일행들을
걱정을 하고 있는 권사장님을 두고 먼저 출발하지만 맘은 편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하산하지 못한 모든이들에게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올 수 있도록 빌어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