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정맥 ***/호남정맥(終)

[19차] 봇재->봉화산->그럭재->삼송삼거리->오도치

雪松 2010. 4. 27. 01:52

 호남정맥 19구간(봉화산구간)

 

[봇재->봉화산->그럭재->오도치]

 

 

▲  구간개념도

 

*일시 : 2010년 01월  09일 (토요일)

 

*날씨 : 날씨는 맑은편이나 조망이 좋지 않음(약간의 박무가 발생).

 

*누구와? : 오늘도 나혼자.....

 

*교통편 : *갈때 - 계룡역01시02분 ->순천 03시44분(요금13,000원)

 

                  ->순천역 06시20분 ->보성07시 15분착(요금 3,300원)

 

                  ->보성(07:25)->붓재(07:38)까지 보성농촌버스(비용 1,000원)

 

 

               *올때

 

                    - 오도치에서 승용차도움으로 득량->보성까지 농촌버스(1,000원)

 

                    - 보성버스터미널 인근 "아리아모텔"에서 일박(25,000원)

 

               * 비용 총액 : 43,300원

 

 

*총 산행거리 : 15.0km(도상거리)

 

*총 누적거리 : 총430km중/ 316.5km(도상거리)

 

*구간별거리 : 붓재-(5.0)->봉화산-(4.0)->그럭재-(2.5)->삼송삼거리-(3.5)->오도치

 

 

*산행시간 : 총  6시간 (조식, 중식과 휴식시간 약 1시간 포함)

 

*구간별 소요시간

    -07시 35분 - 붓재(18번 국도/해발210m)

     

    -09시 15분 - 411.4봉

     

    -09시 40분 - 봉화산(475m)

     

    -11시 00분 - 그럭재(2번도로)

     

    -12시 20분 - 346봉(중식 약25분)

     

    -13시 35분 - 오도재(645번 지방도)

 

[산행기]

삼한사온마져 실종되었는지 여러날째 전국이 혹한의 추위속에 얼어 붙어 있다.
TV에서 서울에는 백년만에 보는 폭설이 내려 도시전체를 마비시켰다고 난리들이다.


서해안 쪽은 대설경보가 발령되고 내륙안쪽에 위치한 순창.곡성까지 대설주의보가 내려 졌다.
그나마 이번 주말에는 약간의 추위가 누그러 진다고 하니 다행이랄 수 밖에......

 

지난번 과치재까지 이어가다가 멈추어진 호남정맥길을 이어서 가야하지만,
명산 산행과는 달리 눈이 오면 여러모로 불편하다. 일단 결빙이되어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고... 
혼자서 가는 산길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한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혼자서 가는 산길임을 감안하여 과치재에서 이어가기를 포기하고, 남쪽지방부터 먼져 가고자 한다.
그곳도 어짜피 나혼자 가야하는 정맥길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새벽 1시 02분 무궁화 열차를 타고 졸다깨다를 반복하고 3시 44분 순천역에 내린다.
순천 역사는 새로지은 현대식 건물이다. 맞이방 천장이 워낙 높아 난방이 되지 않아 역사안이 춥다.
출입문을 열고 밖에 나가 바람을 맞아보니, 위쪽 지방에 비해서 그리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 보성으로 경전선 아침 첫 열차는 6시 20분에 있다.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길고 지루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불편한 의자에서 졸 수도 없는 일이고....
호남정맥을 마치도록 아직 몇 번을 더 이곳을 거쳐가야 한다.


역사안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두사람의 산꾼과 만나는데 배낭과 차림에서 오랜 연륜의 냄새가 풍긴다. 
서울서 왔다는 "산줄기"라는 닉을 가진 산꾼인데 1대간 9정맥은 이미 10연년전에 마쳤으며,
남한에 있는 여섯개의 기맥 전부를 끝내고, 100개나 되는 한반도 지맥중 절반정도를 끝냈다는 대단한 산꾼이었다.
오늘도 "고흥지맥" 탐사를 나서는 길이라 한다. 

 

산꾼들과 이런저런 산얘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지맥을 간다는 산꾼은 5시 40분 버스를 타기 위해 맞이방을 떠나고
나는 6시 20분 보성으로 가는 열차로 보성을 향해 출발을 한다.


어둠을 쉼없이 달린 기차는 예정시간을 조금 넘긴 7시 15분 보성에 도착한다.

봇재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역문을 나서서 바로 좌측으로 약 50여미터를 가다 철도를 횡단하는 고가도로 넘어가면 정류장이 나온다.

 

육교를 건너고나니 잠시후 7시 26분 바로 녹차밭으로 가는 버스가 온다.
운전기사에게 초행길이니 봇재에서 내려 줄 것을 부탁하니 친절히 안내해 준다.

 

보성시내에서 봇재까지는 불과 10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도로를 건너 주유소 옆으로 들머리가 있다.

 

 

▲ 18번국도가 지나는 봇재

7시 35분, 18번 국도가 지나는 봇재다.
남동하늘이 붉으레 물들어 오는 것이 아침이 밝아 오고 있음을 알린다.


교통이 빈번한 4차선 도로이지만 아직은 교통량이 별로 없어 도로를 가로질러 건넌다. 
들머리는 주유소 옆 포장길을 따르면 된다.
주유소에서 개가 짖는다. 주인에게 밥값한다고 알리려고 하는지 우악스럽고 사정없이 짖어댄다.

 

 

 

 

▲  위에서 내려본 봇재의 풍광

 

  

▲ 녹차밭

 

수레길 옆으로 녹차의 고장답게 녹차밭이 이어지고 이수레길은 제일다원 농장앞까지 이어진다.

 

 

 

▲ 제일다원 농장.

 

제일다원 옆 철조망을 따라 가는데 잡목사이로 해가 떠 오른다.

매일 해는 떠오르고 일출을 보지만 아침 일출은 언제보아도 신선하다.


조망이 터진곳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득량만위에 한참이나 해가 떠 오른 뒤였다.

아마도 이곳 보성만이 호남정맥길중에서 바다가 제일 가까운 곳이 아닐까 싶다.

 

 

 

▲ 득량만의 일출

 

 

▲ 제일 녹차밭 농장위에서 바라본 마루금

 

제일농장 뒤쪽에서 봇재넘어 활성산까지의 마루금이 훤히 보인다.
등로는 경사가 별로 없는 뛰어가도 될만큼 거의 평지길 수준이다.

 

약 30여분을 걸어 두 개의 벤치가 있는 조그만 봉우리가 나오는데, 313봉인 듯 하다.
벤치위에 앉아 득량만을 바라보며 아침을 준비한다.
메뉴는 일회용 인스턴트 "육개장"을 끓여, 밥을 말아 먹는데 맛은 기대치 이하.......

 

 

 

▲  411.4봉정상/ 산불감시초소 /이동통신 중계탑.

 

 

 

 

 

▲ 봉화산 정상.

 

9시 40분 봉화산 정상이다. 봉화산까지의 길은 시종 완만하고 편안한 길이 었다.
정상엔 새로 조성된 봉화탑이 보이고, 우측으로 커다란 정상석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봉화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훌륭하다. 오늘은 연무에 막혀 기대치이하이기는 하지만... 

남쪽으로는 바다와 섬들이 희미하게 보이고 진행방향 좌측으로 보성시가지등이 발아래로 보인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마루금이 길게 일림산으로 이어지는데 연무와 박무로 인하여 더 이상은 볼수 없음이 아쉽다.

 

 

 

▲ 봉화산에서 그럭재로 이어지는 (가야 할)마루금 능선.

 

 

 

▲ 지나온 마루금.

 

 

▲ 416.8봉

 

 

 

▲ 희한한 남근석/임도 - 어느곳에서도 남근석으로 보이지 않는다.

 

 

▲ '그럭재'에 내려서기 전 편백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남근석인지 입석돌이 세워진 임도를 지나고 나서 7~8분후 이동통신 안테나가 있는 기지국을 지난다.
도로가 멀지 않았는지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럭재가 가까워 졌다는 얘기다.

편백나무가 운치있게 서있는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면 4차선 도로인 그럭재가 나온다.

봇재에서부터 등로에 설치된 이정표에는 시종일관 "기러기재"재로 표시되어 있다.
모든 지도와 산행기에는 "그럭재"로 표시되어 있어 헷갈리는데 어느것이 맞는 말인지는 모른다.
다만 기러기재가 변하여 그럭재로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나, 믿거나 말거나........

 

 

 

▲ 그럭재.

 

11시 정각 그럭재에 내려서는데 통행하는 차량이 많아 보인다.
간이 정류소 아래로 마을로 진입하는 지하 진출입로가 있어 도로를 횡단할 필요는 없다.

 

 

 

▲ 다음에 가야할 마루금이 보인다.

 

그럭재를 지나면서부터는 한동안 급한 경사길이 이어진다.
안부 정상부근에 좌측으로 산을 개간하여 차나무를 심었는데 관리상태가 엉망이다.


보성시가지와 봇재도 보인다.
보성시가지 뒤로 펼쳐지는 일림산은 형체조차도 분별키 어렵다. 

 

 

 

▲ 314.6봉

 

대룡산 분기점이다.
마루금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대룡산 분기점을 벗어나면서 내림길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
해가 비치지 않은 음달쪽으로 눈이 쌓여 있어 제법 미끄럽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보이지 않고 멧돼지로 보이는 발자국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렇다가 멧돼지를 만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동안 특징이 없는 잡목길이 이어지는데 봉우리 같지도 않은곳에 또하나의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것이 오도재가 멀지 않은 듯 하다.


도로로 내려가면 점심을 먹기가 힘들 것 같아, 커다란 석물이 있는 광산김씨 묘역앞에서 배낭을 내린다.
이번에는 아침과는 종목을 바꾸어 '인스턴트 사골우거지국"이다. 
하지만 이것도 함량 미달인지 기대치 이하이기는 마찬가지이다.

 

 

 

▲ 오도재

 

오후 1시 35분쯤 예정보다 한참이나 이른시각 오도재에 내려선다.
그만큼 오늘 구간 산행길이 쉬웠다고 해도 될 것이다.


산행을 접기엔 너무 시간이 아깝다.
조금을 더 가려고 다음구간의 개념도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대중교통과 연결될 수 있는 도로는 없다.
더 이상의 산행은 무의미하다 생각하고, 이르지만 오늘산행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이제 이 산속을 어떻게 탈출해야하는 문제가 남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도재 정상 인근에는 인가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직감적으로 이곳은 버스 승강강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가 있다. 손을 들면 세워는 주겠지만....


이곳을 지나는 보성 군내버스가 있다는데 시간을 알 수가 없다.
두시간에 한번쯤 다닌다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씽~씽 지나가는 차량을 차량을 쳐다보며 어느 차량을 골라 "힛치" 할것인가하고 생각을 하는데,
겸백쪽에서 검정색 대형 고급세단 한 대가 스스로 가던 길을 멈추고 선다. 


짙게 썬팅된 유리를 내리는데 뜻밖에도 운전석엔 젊잖은 중년의 여성이 혼자 타고 있다.
사실 차량을 힛치를 해도 승용차는 잘 세워주지 않는다. 고급승용차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남자도 아닌 여인의 판단으로 손을 들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차를 세웠다.

왜 이곳에서 서 있는가를 묻는다.


나는 대전에서 온사람으로 호남정맥길을 가는 중이라 말하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나는 보성으로 가야하는데 대중교통이 연결되는 큰도로까지 태워줄 것을 부탁하고,
자기는 벌교로 가야하기 때문에 방향이 달라 모셔다 드리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예의를 표시한다.
나 또한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보성으로 가는 4차선 도로에서 내려 짧은 만남을 종료 한다.

 

불가에서는 "옷깃 한번만 스쳐도 인연"이고, 또 그 인연을 위해서는 "1겁"이라는 전생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지금 나와 나를 태워준 저 여인과는 정말로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멀어져 가는 차창 뒤를 보면서 저멀리 차량의 무리 속으로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제 녹차의 고장 보성읍으로 가서 내일 산행을 위해서 일박을 해야 하는데,
이 이야기는 산행과는 별개인 개인적인 일이기기에 이곳에서는 적지 않기로 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