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정맥 ***/호남정맥(終)

[21차] 석거리재->백이산->고동산->굴목재->조계산->접재

雪松 2010. 4. 27. 06:38

 호남정맥 20구간(조계산구간)

 

 

[석거리재->백이산->고동산->굴목재->조계산->접재]

  

 

▲  구간개념도

 

 

*일시 : 2010년 1월  23일  토요일

 

*날씨 : 눈보라가 치는 추운날. 오후에 약간 갬.

 

*누구와? : 오늘도 나혼자.....

 

*교통편 : *갈때 - 계룡역: 01시02분 -(전라선 무궁화 열차/요금13,000원)->순천 : 03시44분.

 

                  ->순천역(05시45분) ->벌교(06시15분착/요금 2,300원)

 

                 ->벌교(07:00)->외서행 농촌버스로 석거리재(07:24)/요금 1,000원

 

 

               *올때

 

                    - 접재에서 111번 버스로 순천(16시55분/ 요금 1,000원) ->순천역 17시40분

 

                   - 순천->계룡행 17시시 50분 (전라선 무궁화 열차/요금13,000원)->계룡착 20시 45분.

 

               * 비용 총액 :  30,300원

 

 

*총 산행거리 : 18.5km.

 

*총 누적거리 : 총355.5km/431km.

 

*구간별거리 : 석거리재-(2.0)->백이산-(1.5)->빈기재-(5.5)->고동산-(4.5)->굴목재-(1.5)->조계산-(3.5)->접치

 

*산행시간 : 총  9시간 25분(중식25분과 휴식시간 포함)

 

*구간별 소요시간

    -07시 25분 - 석거리재(15번국도/~50분까지 아침식사후 출발)

    -09시 00분 - 백이산(584.3m)

    -09시 35분 - 빈계재(?분계재/330m)

    -10시 45분 - 511.2봉

    -11시 20분 - 고동산(709.4m)

    -12시 20분 - 선암굴목재

    -14시 05분 - 조계산(884m)

    -15시 40분 - 접치갈림길

    -16시 50분 - 접치(22번국도) 

[산행기]

03시 45분 다시 순천역에 내린다. 이제 순천역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시간 이상을 역안 맞이방에서 서성대다가 '벌교'로 가기위해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는데 밤바람이 제법차다.
오늘의 들머리인 '석개재'로 가기위해서는 '벌교'에서 '외서'를 왕복하는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순천역사를 나와서 순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린다.


5시 45분 벌교(고흥)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벌교에 도착하니 06시 15분이다.

석거리재로 가는 교통편은 벌교 터미널에서 외서행 버스가 수시로 있다.
6시20분에 떠나는 외서행 첫번째 버스가 시동을 켠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버스는 07시 정각에 있단다.
첫차를 그냥 포기해버리고, 터미널 안에서 주인없이 혼자 켜져 있는 전기 난로 앞에 앉아 다음차를 기다린다.
일찍부터 서둘러 야간산행을 하고 싶지 않다.
오늘 산행거리는 18.5km이지만 비교적 순한길이라 생각되어, 종점인 접재까지 산행시간도 넉넉할 듯 싶고...

 

0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밖을 나가보니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하늘에서 함박눈이 사정없이 내린다.
도로에도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고,  버스도 조심조심 거북이 걸음으로 운행을 한다.
텅빈 버스 안에는 승객이라고는 나혼자 뿐이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나를 향해 "이 눈내리는데 어찌 산에 가려는지요?"하고 걱정을 한다.
"조금 내리다 말겠지요" 태연한 듯 답해보지만 내심 걱정이 앞선다.

 

7시 25분 눈이 제법 많이 쌓인 석거리재에 내리는데, 재를 넘나드는 골바람이 제법 강하다.
눈도 계속하여 그치지 않고 내리고...
이러다가 접재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스런 맘으로 석기재를 출발한다.

 

 

 

▲  07시 25분, 석거래재.

 

 

 

▲ 석거래재와 지나왔던 마루금.

 

 

 

▲ 채석장이 백이산의 허리를 파혜져 놓았다.

 

 

 

▲ 백이산 정상부

 

백이산으로 오르는 오름길은 코가 닿을 만큼 가파르다.
눈까지 내려 미끄러운 길을 아이젠도 없이 오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두발로 오르는 것이 아니고 네발로 기어간다도 해도 될 것 같다.


일기예보에 날씨는 맑고 오전에 약간 눈발이 날리는 곳이 있겠고, 적설량은 일쎈티 미만이라는 예보를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한 탓이다. 누굴 원망하리요 내 불찰인 것을....

 

아니? 정상에 오르기 바로 전 등로 앞에서 시커먼 산짐승이 길을 막고 버티고 앉아 있다. 
멧돼지나 개는 아니고, 흡사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귀가 둥그런 것이 흡사 곰처럼 생겼다.

본능적으로 길 옆에 나무에 올라 몸을 피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으니까...


한참동안 나무 위에서 기다리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내려서 보니 정체불명의 동물은 사라지고 없다.
무슨 짐승이었을까? 덜컥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백이산 정상으로 조심조심 올라와보니 산짐승은 사라지고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발자국 수와 형태로 보아 한 마리는 아닌 것 같다.

 

 

 

▲ 백이산 정상(584.3m)과 주변의 짐승발자국.

 

9시 정각 백이산 정상이다.
정상의 공터에는 묘지 한 장이 자리하고 있고, 조금전에 보였던 짐승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묘지 뒤로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다.


평소에 이곳은 조망이 좋은곳이라는데, 조망은 논보라에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추위와 세찬바람에 기가 질려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백이산에서의 내림길 역시 오르막때만큼이나 경사가 심하다.
붙잡고 내려갈 나뭇가지도 없는 얼어붙은 등로길이 고통스럽다.
한동안 이어지던 급경사길이 순한 길로 바뀌고, 등로길을 가던 짐승 발자국도 숲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 빈계재

 

빈계재 근처에 이르러 벌목지대가 나오는데 벌목 잔재물이 마루금을 점령하고 있어 벌목지대 불편스럽다.

9시 35분 이차선 지방도로 "빈계재"가 나온다.
눈이 쌓인 빈계재 정상부를 차량들이 힘겹게 거북이 처럼 오고 간다.


예상치 못한 눈과 바람, 추위에 오늘 산행을 접을까도 여러번 생각해 보았지만, 여기서 산행을 접을 순 없다.
여기까지 오기위해 투자한 노력과 본전이 아까워 앞으로 진행키로 맘먹고, 앞으로 Go.....

 

 

 

 

빈계재에서부터 한동안 "편백나무" 조림지가 이어진다.
편백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이고 "측백나무과"에 속하며 노송나무라고도 불린다는 상록수다. 


이나무는 높이가 40여미터에 이르고 직경이 2미터까지 자라며 일본 말로 "히노끼"로 불린다는데,
재질은 강하면서도 가볍고 질기면서도 보존성이 좋아 고급 건축자재로 쓰인다고 한다.

 

특히 편백나무 목재는 향과 광택이 좋아 고급 건축자재로 쓰임은 물론,
"포름알데이드"를 흡수하고 항균 면역기능 증대와 아토피, 알레르기 방지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들어 고급 건축자재로 널리 쓰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고동재에 이르도록 한동안 특징없는 눈보라에 조망도 없는 길이 이어진다.

 

 

 

▲  511.2봉

 

 

 

▲ 고동재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7~8분동안 따라가다보면 비포장도로인 고동재가 나온다.
11시 20분이다. 도로에 흰눈이 쌓이고, 적설량은 5~10쎈티정도쯤 될 듯하다.


길을 건너서 10시 방향으로 임도 길이 이어지고 마루금도 같은 방향이다.
이 임도길을 따라가다보면 양쪽으로 철쭉군락지가 이어지고, 임도 길은 고동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 고동산으로 가는 임도길.

 

 

 

▲ 고동산(709.4m) 정상.

 

12시 44분, 고동산 정상엔 사정없이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그기세가 대단하다.
두리뭉실한 정상부에는 정상석이 있고 그옆으로 산불 감시초소도 있는데,
산불감시초소의 문은 야속하게도 쇠줄과 자물통으로 잠겨 있어 실망스럽다. 


추위를 잠시 피해보고 라면이라도 끓여 점심을 먹으려 하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행여나하는 심정으로 131번으로 전화를 걸어 기상예보를 들어보니,  
대체로 맑고 가끔 눈발 날리는 곳이 있겠으며, 총 적설량은 1쎈티 미만이라나 뭐라나...
아직도 헛소리를 씨부렁댄다. 못믿을 일기예보다.

 

 

 

 

▲ 개념도에는 705.7M로 표시되어 있다.

 

 

 

▲ 임도

 

13시 44분, 700.8봉을지나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아까와 달리 산불감시초소 문이 열려 있다. 잠시 들어가 추위와 바람을 피해본다.
이제 앞을 가릴 듯하던 눈보라도 이제 뜸해지고 구름사이로 파란하늘도 조금씩 보인다.

잡목사이로 오늘의 최고봉 조계산 정상부도 고개를 내민다.
좌측 숲길 사이로 아래로 보리밥집이 보이고, 10여분 정도 지나니 차량통행이 가능할 듯한 임도에 이른다.

 

 

 

▲ (선암) 큰 굴목재

 

오후 2시 10분 큰굴목재다.
왼쪽 보리밥집쪽에서부터 시끌덤벙하며 한무리의 등산객이 올라온다.
사람의 냄새가 그립다. 석거리재를 출발한지 처음으로 사람구경을 한다.


한무리의 등산객은 오른쪽 선암사쪽으로 내려가고, 정맥길은 조계산을 향해 직진해야 한다.
왼쪽으로는 송광사로 가는 길이며 유명한 굴목재 보리밥집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오른쪽으로는 선암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 조계산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작은 굴목재

 

큰 굴목재에서 작은 굴목재까지는 이십여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등로가 정비되어 있어 조계산이 가까워  졌음을 알수가 있다.
작은 굴목재를 지나면서부터 조계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다.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 조계산(884m) 정상

 

14시 05분 전남의 오대 명산중의 하나라는 조계산 정상이다. 
이제 하늘도 조금씩 푸른 공간을 보이지만, 사나운 바람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정상의 공터엔 제멋대로 쌓여진 돌탑이 있고, 바위 위에 정상석이 올려져 있다.

 

눈구름에 반쯤은 가려 아쉬웁지만 정상에서는 그런대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남쪽으로 지금 지나온 고동산과  수많은 산들이 파도가 밀려오듯 멋진 모습으로 펼쳐진다.
날이 좋으면 멀리 동북방으로 지리산 정상부와, 서북방향으로 무등산도 보인다는데,
오늘은 낮게 깔린 눈구름에 막혀 조망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동북으로 펼쳐지는 호남정맥 능선길을 가늠해보기를 포기하고 갈 길을 재촉한다.

접치로 가는 길은 북쪽 방향이다. 오던 방향에서 직진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 선암사로 가는 길엔 제법 많은 표지기가 달려 있는데, 정맥 마루금엔 표지기가 한 장도 없다.

 

조계산 정상에서부터 접치로가는 길은 올라 올때와 마찬가지로 급경사의 내림길이다.
눈길에 사람의 발자국으로 적당히 다져져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아니 발을 떼기가 위험할 정도라고 표현해야 할까..
다시 한번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은걸 후회하고, 겨울산을 가볍게 생각한 내자신을 책망하고.....

 

 

   

▲ 무인 산불경보 장비(알바중~~)

 

개념도를 보면서 접치로가는 갈림 길을 찾는데, 산불경보 자동방송설비가 서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나침판을 꺼내 보니 북쪽이 아니다. 각이 다르다.


길이  외길인지라 조금만 더 가보기로 하는데, 
잘 정비된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지나온 마루금 뒤로 오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알바~~~

 

 

 

▲ (조계산 정상에서의 조망) 오늘 지나온 마루금

 

 

 

▲ 접재넘어 오성산~유치산~문유산으로 이어지는 다음구간의 마루금.

 

 

 

▲ '접치'갈림길 표지판

 

다시 오던 길을 돌아와 보니 " T "자 갈림길이 있고, 접치로 가는 길은 우측으로 갔어야 했다.
개념도에는 접치로 가는 길이 직진으로 가게 되어 있어 헷갈린다. 개념도의 표현이 조금 애매하다. 

 
갈림길 또한 잡목에 가려 있어 정신차려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갈림길을 알리는 표지판 역시 너무 조그만데다 눈높이보다 너무 높이 달려 눈에
잘 뜨이지 않았다.

 

정상부에서 접치까지 600여 미터의 고도를 내려가기 위해 끊임없는 내림길이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여러번, 기어이 넘어지면서 튀어 나온 돌에 무릎 아랫부분을 찧었다.
금방 찧은 곳이 부풀어 오르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다.


아이젠의 귀중함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날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내림길이 원망스럽다.

 

 

 

▲ 접치.

 

통나무를 잘라 계단을 만든 등로가 끝나는 곳으로 접치에 내렸다. 16시 50분이다.
나무계단 옆으로 등산 안내도가 있고 등산객이 주차한 듯 차량도 몇대 서 있다.

 

호남고속도로 육교위를 건너면 22번 국도가 나오고, 111번 버스승강장 안내판이 보이는데,
스틱을 접을 시간도 없이 순천으로 가는 111번 버스가 들어온다.

 

 

 

▲ 접치(22번 국도변)

 

111번 시내버스는 순천시내를 돌아 오후 5시 45분 순천역 앞에 도착한다.
원래의 계획은 순천역 근처의 찜질방으로 하루밤을 자고 내일 송치까지의 길을 이어가려 했는데,
맘을 바꿔 그냥 순천역으로 들어가서 17시 50분 계룡으로 가는 무궁화 열차표를 산다.


등산화가 젖어 발이 시려워 열차 창측으로 표를 달랬더니, 
표파는 아가씨 왈 검색해보는 시늉도 하지 않고서 돌아오는 대답이, "고객님 창측으로는 좌석이 없다"나.....

 

오늘 추위와 바람에 너무 지쳤다. 내일 산행을 포기한다.
등산화도 젖어서 내일 산행을 이어가기 어렵고, 아이젠없이 눈길을 가기도 그렇고....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사람이 변하지 산이 변하랴. 다음에 다시 이어가면 되지.....  
다음에 다시 접치에서부터 송치로 이어 갈 것이다.  [End]